앞으로도 여전히, 우리는

2023. 11. 26. 19:00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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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 친구들과 주말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식당에서 술 한 잔을 곁들인 저녁을 함께 했다. 친구들은 제법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최근 근황거리 들로 가득한 공기에 술잔의 농도가 짙어질 즈음, 우리가 처음 만난 대학 시절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근데 우리 왜 친해진 거야?”

 

술김에 머리가 멍 해졌다고 하기엔 정신이 또렸했다. 그러게… 우리는 어떻게 친해지게 된 걸까? 아직까지 

연락하고 다 같이 만나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금 이 순간까지 그랬으니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아직까지 우리는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대학 시절 같은 반이었던 우린 첫 만남부터 보이지 않는 의협심과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똘똘 뭉쳐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학교 정문에서 만나 같이 등교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야작으로 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주고 서로를 챙기느라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수업 끝나고 제시간에 집에 가본 적이 드물었으니까)은 학교 앞 호프집에서 술잔을 비추며 청춘을 보내느라 정신없었다. 졸업반이 되어 각 자의 전공교수를 따라 반이 되어 떨어져 수업이 달라도, 내 졸업작품을 마무리하기도 벅찬 일정이어도 기꺼이 서로의 작품을 도왔다. 같이 입학했던 우리는 당연히 같이 졸업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친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예대의 특성상 남학생이 극히 드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집단을 만들었고 그 집단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드는데 시간을 아낌없이 쏟았다. 각 자의 가치관과 환경 취향, 물리적인 것을 포함해 우리는 같은 세계를 공유했다. 학교 앞 호프집에서 전공 교수님을 울분을 토하며 꺼내는데 공감했고 더욱이 그날 마시는 술은 취하지도 않았다. 그날의 술 알코올 도수보다 우리의 울분이 웬만한 독주보다 높았으니까. 누가 더 잘하든 못하든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학점이 잘 나오든 졸업 우수작을 받든 그저 더 열심히 했기에 받았던 것이었고 그에 맞춰 축하를 했다. 학교를 벗어나 각 자의 삶을 찾아 떠나는 학교랑은 차이가 있었다.

 

대학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한 손에 쥔 가득 찬 술잔을 가슴속에 쓸어내리며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환경이 이들과 다르다고 한들 각 자의 자리에서 만든 새로운 삶을 들으며 알아가며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집단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시간을 아낌없이 쏟고 있으니까. 이들도 나의 이런 모습과 생각을 공감하고 좋아해 주니까 나와 함께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글 | yoonzakka

사진 | yoonza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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